Update 2018년 07월 21일  토요일
   즐겨찾기추가
   
  
 
 
 
 
 
 
 
 
 
 
 
기사검색
  

 
<에코북>‘공해의 역사를 말한다’(전후일본공해사론) 2016-08-01 17:49


【에코저널=서울】아시아의 공해·환경파괴는 국가주도 경제발전의 허구가 빚어낸 결과다.

‘공해의 역사를 말한다’(전후일본공해사론 저자 미야모토 겐이치, 역자 김해창)는 국책사업과 공공사업의 빛과 그림자를 보여준다. 환경공해에 대처하는 시민사회가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지, 이기는 싸움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투쟁전략서이기도 하다.

한 사회의 지식인이 공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역할과 지속가능한 발전·사회를 위한 국가정책, 지자체의 환경개선을 위한 노력, 민주주의와 지방분권의 교과서다.

정재계가 잘살아보자며 경제성장만을 좇는 사이, 빛 좋은 경제발전은 환경공해를 낳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 됐다. ‘고도성장’, ‘대기업 우선주의’가 누군가의 희생을 한없이 가볍게 만든 이 땅에서는 일상적인 불법에 대한 저항도 무뎌지고 있다.

‘대한민국=사고공화국’이란 오명을 지울 수 없는 요즘, 우리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특히, 가습기살균제나 미세먼지, 4대강오염 등 환경공해문제는 심각하다. 2016년 OECD가 발표한 ‘2016년 더 나은 삶 지수’에서 한국은 대기환경이 조사대상 38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주범은 절반이 중국 등지에서 날아오는 각종 황사·공해물질이고, 나머지는 우리나라의 석탄화력발전소, 디젤경유차량 등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원인을 파악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오히려 경유차 보급에 앞장서왔다.

‘옥시’로 대표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사망자만 수백 명이 넘고 피해신고 접수는 지금까지 2천명을 넘어섰다.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 판매한 기업들의 경영윤리가 땅에 떨어지고 이에 무관심·무책임했던 정부, 학계, 법조계, 언론계 등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경제발전을 앞세운 4대강사업이나 영남권 신공항 유치와 같은 국책사업이나 공공사업, 온산병·낙동강페놀사건·석면 피해·삼성전자 백혈병문제, 주피터 프로그램과 사드 배치로 갈등을 빚고 있는 주한미군과 관련된 오염 등 우리나라의 환경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혼란한 시대에 일본의 실천적 지성인 환경경제학자 미야모토 겐이치 선생의 ‘전후일본공해사’를 번역한 ‘공해의 역사를 말한다’는 우리 환경문제를 되돌아볼 계기가 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일본은 약 300만명의 인명을 잃고, 제조업설비의 약 40%가 소실되고, 자연·문화재 등의 귀중한 환경을 잃었다. 전쟁이 최대의 환경파괴였다. 전후 초토화된 일본은 사반세기 만에 중화학공업화와 대도시화를 추진해 경제대국이 됐지만 안전을 무시한 경제재건이었다. 결국 이 고도성장기에 세계사에 남을 심각한 공해문제를 겪었다. 일본의 환경경제학자인 미야모토 겐이치 교수가 50년간 온몸으로 겪은 환경공해의 역사를 기록하고 환경공해의 심각성과 대책을 알리고자 ‘전후일본공해사론’을 펴냈다.

공해의 원점이라고 불리는 미나마타병과 이타이이타이병이 공해의 민낯을 드러내자 일본 정부와 기업은 경제성장과 이익만을 앞세우며 덮어버리기 바빴다.

우리와 너무도 닮아 있지만 시민사회는 달랐다. 문제제기가 소용이 없자 시민운동을 벌이고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법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승소를 기대하기 어렵던 시절이었음에도 수십 년간 싸워 승리했다.

이 역사적인 승리는 혁신지자체의 공해행정을 선구적으로 이끌어내고 공해반대 여론은 정부를 압박해 공해법을 마련하는 기반이 됐다. 하지만 OECD가 ‘환경정책리뷰’에서 ‘일본은 수많은 공해방제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환경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전쟁에서는 아직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듯이, 공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게다가 미국과 더불어 일본의 공해수출은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계속되고 있으며, 공해피해가 발생하면 기업은 철수하면 그만이고 고통은 현지인의 몫이 되고 있다.

또한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석면문제, 사상 최악의 원전공해까지, 환경공해 역사의 교훈이 무시되고 환경공해가 되풀이 되는 이유는 우리가 반드시 짚고 가야할 문제점이다.

누구를 위한 경제성장인가, 경제성장은 환경보전과 나란히 할 수 없는가. 모두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고민해야 할 때다.

이 책은 크게 ‘제1부 전후 공해문제의 역사적 전개’와 ‘제2부 공해에서 환경문제로’로 나뉜다.

제1부 제1장에서 일본의 종전 이후 전후부흥과 환경문제를, 제2장에선 1960년대의 고도경제성장시대와 이에 따른 공해문제를 다룬다. 제3장에선 공해반대운동이나 공해대책기본법, 혁신지자체와 환경권, 공해국회와 환경청 창설에 대해, 제4장에선 공해재판이 나오게 된 배경과 이타이이타이병재판, 니가타미나마타병재판, 욧카이치공해재판, 구마모토미나마타재판 등 4대 공해재판을 자세히 다룬다. 제5장은 공공사업공해와 재판으로 오사카공항공해재판과 고속도로공해재판, 신칸센공해재판 등을 자세히 소개한다. 제6장은 공해대책인 공해건강피해보상법에 대한 평가와 스톡공해와 오염자부담원칙을 소개한다.

제2부 제7장에서 전후경제체제의 변화와 환경정책을 소개하고, 제8장에서는 환경문제의 국제화로 다국적기업과 환경문제, 특히 아시아의 환경문제와 일본의 책임을 이야기하면서 공해수출에 대한 사례를 다룬다. 제9장에서는 공해건강피해보상법의 전면 개정과 환경기본법의 문제점, 그리고 환경재생에 대해 소개한다. 제10장에서는 ‘공해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며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미나마타병문제와 진행 중인 석면재해,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소개한다.

마지막장에서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유지가능한 사회’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성장인가 정상상태인가를 묻고 생활의 예술화를 강조하며 유지가능한 사회와 유지가능한 도시계획, 그리고 유지가능한 내발적 발전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저자는 경제대국을 만들어낸 경제·사회시스템이 돌이킬 수 없는 공해를 낳는 원인으로 보았다. 이윤만을 앞세운 기업의 도덕적 해이, 공해규제와 피해구제를 게을리 한 채 경제성장만을 우선 목표로 삼은 정부·관리의 부작위, 기업이나 정부의 연구비에 영혼을 판 일부 학자가 일으킨 시스템 공해라는 것이다. 이 시스템을 개혁하거나 해체하지 않는 한 기본적인 해결책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저자는 “정부나 행정기관에게 공해의 피해와 방지를 기대할 수 없게 된 주민이 의식 있는 변호인과 학자들과 함께 수십 년 동안 피땀 흘리며 승리로 이끌어낸 공해재판과 환경운동은 고도성장에 밀려 있던 인권과 민주주의를 바로 세운 혁명과도 같다”며, “건강한 환경을 지켜내기 위해 깨어 있고 실천하라”고 충고한다.

고도경제성장을 앞세워 일본의 폐해를 무섭게 닮아가고 있는 우리의 환경공해문제를 풀어가는 데 배울 점이 가득한 지침서다. ‘2015년 파주북어워드’ 저작상을 수상한 이 책이 한국 사회에 미칠 영향은 기대할 만하다.

원전문제와 저탄소사회를 제기해 온 경성대학교 환경공학과 김해창 교수가 번역을 맡은 이 책이 우리 사회 전반에 공해문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

<이정성 기자 jungsungl@daum.net>
    

이 기사에 대한 소유권 및 저작권은 에코저널에 있으며 무단전재 및 변형, 무단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경우 법적 조치를 받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기사목록]  [인쇄]  [메일로 보내기]  [오탈자 신고]  [글자크기 ] [저장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