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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다섯가지 동물들의 가슴 찡한 이야기 2009-04-15 11:53


자연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야기를 감성이 숨쉬는 도감동화로 만난다.

자연을 사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가족, 친구, 이웃을 만나는 것처럼 이야기는 서로를 이해하게 해주고, 마음을 열게 하고, 함께 하는 길을 찾아 주기 때문이다.

'스물 다섯가지 동물들의 가슴 찡한 이야기'는 자연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과학과 사실을 넘어 생명을 더하는 이야기로, 자연의 마음을 상상할 수 있는 따스함이 담긴 도감으로, '스물 다섯가지 동물들의 가슴 찡한 이야기'는 어린이들에게 자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가되어 준다.

45억 년의 지구 역사 중에 인류가 함께 한 것은 고작 50만년 정도다. 그 짧은 시간에 사람들은 놀라운 기록을 만들어냈다. 지구에 출현했던 어떤 생명체 보다 많은 양의 나무와 숲을 없앴고, 가장 넓은 넓이의 바다를 메웠으며, 가장 많은 수의 생물을 멸종에 이르게 했다. 지금도 이 기록은 멈춘 것이 아니다. 더 풍요롭고, 더 편하고, 더 즐겁게 살고자 하는 미망 아래 지구 어느 곳에서는 지금도 이 기록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이제 이 기록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사람은 없다. 파괴와 소모 위에 세워진 풍요와 편리는 결국 재앙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한다. 자연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던 하나의 생명체로 말이다.

자연과 함께 행복한 사람들, 모두가 바라는 꿈은 어린이들 안에 있다. 어린이들이 자연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이 희망은 꽃을 피울 수도 있고, 드라이플라워처럼 인류사의 바람벽에 박제된 꿈으로 남게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어린이들이 자연에 다가갈 때 속내 깊은 친구나 맞은편 대문을 열고 나오는 이웃을 만나는 것처럼 눈과 귀를 열어두도록 한다. 또 과학과 사실에 앞서 모든 생명에는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고, 코끝 찡한 사연이 있고, 살펴야할 감정이 있음을 일러주어 세상의 모든 생명은 사람만큼이나 존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스물 다섯가지 동물들의 가슴 찡한 이야기'는 그러나 그냥 동화가 아니다!. 책이 좀 이상하다. 도감인줄 알았더니 어딘가 삽화처럼 내용이 있음이 느껴지는 그림에 글발이 좀 세다. 그래서 동화책인가 싶어 자세히 보니 과학적 사실이 자세히 적혀 있기도 하다. 또 짧고 간결한 글은 한번 읽으면 가슴을 '찡'하고 울리는 게 감성을 자극하는 시 같기도 하다.

그것만 가지고 이상하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글의 내용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되 동물들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어딘가 사람 사는 모양을 닮은 것 같다. 마치 사람이 동물이 되어 겪은 경험을 털어놓는 것 같고, 동물이 사람이 되어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 이야기들은 구구절절 귀에 쏙쏙 박힌다. 아마 아이들은 평생 이 이야기들을 잊지 못하게 될 것이다.

자연을 배우는 첫걸음은 있는 그대로를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다. 시간과 여유가 있다면 아이들을 자연 속에 뛰어 놀게 하여 몸으로 자연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겠지만 모두가 그런 기회를 마음껏 누리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대체제로 찾는 것이 책이다. 자연과 관련된 아이들 책이 대부분 사진이나 도감, 아니면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게 목적인 동화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과학적 사실을 전달하는 데에만 무게를 두다보면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지식이 필요하다는 궁극의 가치를 소홀히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코끼리를 보면 긴 코, 펄럭이는 귀와 기둥 같은 다리, 거대한 몸집 등의 특징이 코끼리가 가진 전부라고 여기도록 만드는 실수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 책은 '자연을 그림으로 보지말고, 상상과 이야기로 만나라'고 호소한다. 코끼리에게도 파란만장한 일상과 이를 관통하는 삶의 방식, 그리고 코끼리를 코끼리답게 하는 가치가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진정으로 코끼리를 알아 가는 것 아니겠는가?

한 권의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는 예는 많다. 이 책이 비록 그러한 인식의 대전환을 이뤄내는데 욕심을 내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조금 더 데워진 가슴으로 자연을 만날 수 있도록 마음의 온도를 5도쯤 올려주기엔 충분할 것이다.

자연 학습,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지식 이상의 무엇'을 찾아주는 열쇠! 뭔가 좀 아쉽다. 아니 싱거운 건가? 아이들에게 자연 학습을 시켜줘야지 하고 나서면 십중팔구 드는 생각이 이거다. 풍뎅이가 뭔가를 가르치고자 도감을 사주니 뭔가 설명이 부족한 듯하고, 곤충 체험장을 찾아 풍뎅이의 생태를 보여주니 호기심 충족 이상 진척되는 게 없는 듯하다.

다시 묻는다. 아이들에 왜 이런 것들을 가르치려는가? 아이에게 생물학자의 꿈을 키워주기 위해서? 교과서에 나오니까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선 안 되는 일이다. 지금 아이들에게 자연을 가르치는 이유 마지막에는 인류가 자연을 향해 벌인 수많은 잘못을 다시금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확실하고도 절대적인 인식의 기초를 다져주는 것이다. 바로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파트너라는 인식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어찌 보면 한겨울 외갓집 사랑방에서 화로를 끼고 앉아 할머니에게 듣던 그저 재밌는 이야기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꼭 한가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어? 동물들도 사람처럼 사네. 진짠가?'하는 생각이다.

애초부터 과학적 사실과 상상을 조합해 이야기를 만들고 아이들이 중요하게 여겨야할 가치 개념을 결합하는데 심혈을 기울인 것도 이 생각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이 생각은 사람이 느끼고, 말하고, 갈등하고, 살아가는 것이 자연에게도 있다는 인식을 갖는 시초가 되어, 아이들이 자연을 피상적인 대상물로 관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존재하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고, 존엄한 가치를 지닌 인격체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나아가 이 책은 기대한다. 우리 아이들이 나무가 아파하는 일을 하면서 대통령이 되려하지 말기를... 강물을 썩게 하면서 노벨상을 타려하지 않기를...물고기를 죽게 하면서 위대한 탐험가가 되고자 하지 않기를...그런 심성을 배우는 계기가 되기를...

그리하여 아이들에게 자연 학습을 시킬 때 채워지지 않았던 '지식 이상의 무엇', 즉 자연 속에서 행복한 아이들의 미래가 이 책에서 시작되기를...

지은이: 라이너/감수: 권오길/그린이: 유근택/가격: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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