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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 되는 자생식물 2006-03-24 15:05


약용식물의 중요성은 "이 땅에서 발생하는 병은 이 땅에서 자란 식물 즉, 토박이 약초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명제하에서 그 중요성이 인정된다. 이를 우리는 자생식물 또는 자생약초라 부른다. 수년간 자생식물을 연구하면서 시골 산간지역의 노인들로부터 구전된 내용으로서 사라져 가는 민간요법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로 그간 정리한 일부분이다. 약리성에 관한 내용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연구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식물의 이용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을 언급한다.

21세기는 보유한 유전자원의 종과 질에 따라 국가의 부를 좌우하는 시대다. 지구상에 생존하는 식물의 종수는 35∼40만종이며 이중 고등식물은 20∼30만종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에는 약 5,700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는데,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약용 재료는 대부분 이러한 자생하는 식물로부터 얻어지고 이용돼 왔다.

우리민족의 경우 오랜 세월동안 이 땅에 자생하는 식물들과 더불어 살아오면서 모든 먹거리와 병의 치유 등 생활의 모든 문제를 가까이의 식물을 통해 그 해답을 얻었다.

한국의 전통적인 동의학은 이러한 자생식물 이용을 근간으로 발전돼 왔으나, 최근 양의학의 발전으로 자생식물에 대한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어 안타까운 실정이다. 음식물에 신토불이(伸土不二)가 있는 것처럼 자생약용식물에도 신토불이가 있다는 것은 우리의 자연을 근간으로 생활하는 우리 국민에게 억지 주장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 자생약용식물의 중요성은 최근 들어 동의학, 대체의학 등 양의학 밖에서 이루어지는 의학의 과학적 접근이 이뤄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동서양의 고대의학은 천연물인 생약의 이용을 통해 발달했으나 개별 병증에 대한 약물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감염병증에 대한 화학요법제의 선호 및 생약요법의 비과학적 측면 때문에 생약은 명맥만 유지돼왔다. 최근에서야 합성이 곤란한 의약성분을 추출하는 원료로 이용성이 강조되면서 생약의 중요성이 새로이 대두됐다.

산업사회는 근대화 전 시대에 감염병 치료에 대한 높은 수요가 줄고 만성 퇴행성 성인병의 증가가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만성 퇴행성 질병은 대중요법, 화학요법으로는 치료가 미비하여 전승된 생약으로부터 새로운 의약품의 개발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화학적인 합성의약품의 부작용이 문제시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낮은 복합성분인 생약에 대한 기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현대의학은 치료의학에서 예방의학의 방향으로 흐름이 진행되고 있어 스스로 건강관리가 가능한 전승요법에 의한 생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여건에서 우리나라 풍토여건에 맞는 식물성 생약의 개발 및 생산이 유리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 몇 십년간의 급격한 환경과 시대변화는 자연과 격리된 삶을 대량 양산하게 되면서 식물로부터 분리된 삶을 살게 됐다. 정보를 기록하는 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우리의 사회 문화적 풍토는 자생식물의 자원적 가치에 일찍이 눈뜨지 못하게 하고 수수방관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세월 동안 생활로 축적된 소중한 자산은 사장될 위기에 처해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문화·사회적으로도 서양의학과 전승적인 한의학이 법제상 공존하는 이원제도를 유지하므로 현대의약학과 전승의약학을 접목시켜 발전시킬 수 있는 유리한 조건에 있어 약용 식물의 이용과 개발에 대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약용 천연물의 대표 자원인 자생식물은 약학, 농학, 의학, 화학 등 관련분야의 협력을 통해 발전이 기대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이러한 학제간 연구의 인프라구축이 미흡하며 연구 기반이 취약한 실정이다. 여기에 중국한약재의 무분별한 수입은 우리 약용식물 관련 산업의 자생력을 크게 약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약용 식물 연구는 보사부와 농림부, 과기부 등으로 그 연구 주체가 나눠져 있으며 대학의 경우도 약학과, 한의학과, 농학과, 생물학과, 원예학과 등으로 분산돼 집중적인 연구 추진이 미진한 실정이다.

약용식물 중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당귀, 인삼, 천궁, 황기, 작약, 구기자, 백출 등은 재배돼 이용되고 있으나 현재는 많은 양이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면서 그 품질에 문제가 있다. 자연으로부터 채취되는 많은 종류의 약초들은 재배법의 확립이 미진해 인력에 의존한 수입에 의존하나 인건비의 상승과 전문 계승자가 없어 그 생산량이 극히 미미하다.

약용 식물은 식물체 전체를 이용하기 보다는 잎이나 뿌리 등 일부분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생산 방법이나 수확 시기 수확 후 관리 방법에 따라서도 그 효능 차이가 크게 나타나므로 이에 대한 기준과 규격 마련이 필요하다. 과거의 약전은 이러한 차이를 간과하고 마련된 것이 많아 정확한 효능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약용 식물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양권의 동의학에서만 다루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으나 외국에서 심장병으로 널리 알려진 디기탈린이라는 물질은 디기탈리스라는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식물에서 추출한 것이다. 또 마약으로 유명한 모르핀도 양귀비에서 추출한 것으로 대부분의 병원에서 효과가 뛰어난 진통제로 알려져 있는 것처럼 양의학에서도 약용 식물에서 추출한 물질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아스피린, 탁솔, 징코빌로바 추출물).

서양은 물론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약 가운데 하나인 아스피린은 식물체 내에도 많이 존재하는 살리실산의 유도체로서 식물체 내에서도 중요한 작용을 하는 물질이다. 여성암에 효과적인 항암제로 알려진 탁솔(taxol)은 Taxus 속에 속하는 식물로부터 추출해낸 물질이다. 이외에도 은행나무에서 추출한 물질은 은행나무의 학명인 Ginco biloba에서 유래된 여러 가지 이름으로 혈액 순환 촉진제로 시판되고 있다.

이렇게 식물 유래 여러 물질은 산업화돼 큼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며 현재 진행중인 연구들로부터 앞으로 더 많은 제품들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서양의 기록을 보면 디오스코리데스(AD. ca 40-80)는 'De Materia Medica'에서 서기 60∼80년경에 600종 이상의 약용 식물을 언급해 약용 식물의 중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약용 식물의 큰 가치에도 불구하고 현재 단지 5∼6%에 해당하는 식물종만이 그들의 화학적 구성분이 밝혀져 있다.

우리의 전통적인 민간요법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민약은 많은 종류의 식물종을 이용해 왔지만 지금부터라도 이들 종으로부터 유용한 물질을 찾는 작업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즉 조상들에 의해 개발, 축적돼 온 식물의 부가가치를 오늘에 맞게 재개발하는 일은 식물 유전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현실이다.

자생식물중 주로 관절염, 신경통, 부인병, 종기 및 항암제, 보약제 등으로 사용된 약용식물은 약 900여종이 자생하는 것으로 집계됐지만 이중 민약으로 사용되는 식물은 비공식적으로 약 200여 품종정도가 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약용식물의 활용부위별 살펴보면 뿌리가 35%, 줄기가 20%, 잎이 15%, 열매 10-15%, 전초가 10-15%, 꽃이 1%로 나타났다. 민간에서의 사용법은 대부분 찧어 즙을 내거나 달여서 그 물을 마셨다. 민간요법은 옛 조상들이 농업, 어업에 종사하면서 지나친 노동력으로 인한 골병, 홧병이 위장병, 신경통, 관절염 등의 형태로 나타났을 것이고 이에 대한 치료법을 식물에서 찾은 것들이 부분적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우리 민약으로 내려오는 치료법 중 개발가치가 높은 대표적인 자생식물의 약효를 분류해보면 다음과 같다. 부인병의 산후통에 이용하는 식물은 잔대를 사용했고, 종기, 종양, 항암에 좋은 식물은 화살나무와 느릅나무를 이용했다. 엉겅퀴는 어린순 나물로 이용하면서 고급차 또는 신경통에 이용됐다. 당뇨에는 해당화, 위장병에는 옻나무, 숙취해소에는 질경이꽃, 헛개나무는 간장병 및 당뇨, 하늘타리는 천식, 무좀에는 도꼬마리 등을 민간요법으로 이용했다.

토종식물에 대한 민간 비법은 사회여건과 삶의 방식의 급격한 변화는 인간생황을 식물과 유리시켜 오고 있고 특별한 경제적 이익이 있지 않는 한 식물의 다양한 쓰임새에 대한 전통의 지식은 갈수록 사장되어 갈 것임에 분명하다.

5천종이 넘는 우리나라의 식물중 약용으로 이용되는 종이 이용되지 않는 종보다 많을 정도로 민약으로 오랜기간 동안 많이 종이 이용돼 왔으므로 이들의 효능과 가치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질 때 우리의 약용식물이 발전될 수 있다.

<글·이상각 박사/들꽃수목원 생태환경농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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