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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군보건소 역학조사관들, ‘이제 그만’ 호소 2020-09-14 13:07
정신적·육체적 컨디션 ‘바닥’…사명감으로 버티며 서로 격려

【에코저널=양평】“나 하나 쓰러지는 것은 두렵지 않다. 다만 가족과 이웃들이 코로나19로 힘겨워하고 절망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두렵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양평군보건소 김순례 코로나19감염병대응TF 2반장의 말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양평군보건소 전 직원들은 매일 아침 가슴 속으로 “이제 그만 확진자 발생을 멈춰 달라”는 염원을 담은 기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평군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코로나19 확진자의 구체적인 동선 공개 등을 요구하면서 양평군 역학조사관 등 공무원들을 비난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대해 김순례 반장은 “솔직히 그런 글을 읽을 여유조차도 없지만, 간혹 주변에서 하는 얘기는 전해 듣게 된다”면서 “규정에 맞게 공익을 우선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만큼 ‘근거없는 네거티브에 조금도 흔들리지 말자’면서 직원들끼리 서로 격려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양평군보건소는 사실상 전쟁터가 됐고, 140여명의 보건소 직원(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 포함)들은 매일 코로나19와 전투를 치러야 한다.

지난 8월 13일 서울 광진구 29번 확진자로 분류된 양평군 서종면 명달리 주민 80대 남성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다음날인 14일 무려 31명의 명달리 주민이 무더기 확진을 받게 됨으로써 양평군보건소 직원들이 본격적인 감염병과의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앞서 앙평군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수도권을 비롯해 각지에서 밀려든 차량들이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두물머리 등 주요관광지를 찾았다. 이에 주민들은 두물머리 차량통행 제한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셧다운’(shut down), ‘락다운’(locked down) 상태가 아닌 이상 양평군을 찾는 인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건소 직원들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타 시·군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을 추적하면서 관련내용을 양평군에 문의하는 경우도 잦아지기 때문이다.


양평군보건소는 기존 3명이었던 역학조사관을 8월 21일 7명을 추가로 임명해 한의사와 치과의사를 포함, 모두 10명 정도의 역학조사반을 구성, 운영하고 있다.

의뢰한 검체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양평군보건소 역학조사반에서 1차로 기초역학조사에 나서게 된다. 역학조사관들은 확진자와 전화 통화로 증상 발현 이틀 전부터의 동선을 추적·조사한다. 이어 정확한 근거에 의한 2차 심층역학조사를 거쳐 접촉자와 능동감시자를 분류한다.

김순례 반장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상당수의 사람들이 순간적인 패닉(panic) 반응을 보인다”면서 “당황해서 정확한 동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역학조사관의 코로나19 확진자 동선파악은 스무고개 형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언제부터 아팠느냐”부터 시작해서 “병원까지 자차로 이동했나”, “누가 함께 갔나”, “병원에 갔을 때 환자가 많았나”, “원장은 마스크를 썼나” 등등 꼬리를 무는 질문을 이어간다.

정확한 동선 파악을 위해 CCTV 등 카메라와 신용카드 매출전표, 이동통신기지국 정보 등 다양한 방법이 활용된다. 카메라도 없고, 다른 마땅한 방법을 적용하기 어려울 때는 확진자의 진술에 상당부분 의존해야 한다.


양평군보건소 역학조사반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1명의 동선을 파악하는데 필요한 인력은 적어도 10명이 투입되고, 평균 이틀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확진자 동선을 5군데로 가정하면 1군데에 2명씩 나눠 모두 10명이 동선파악을 벌이게 된다.

역학조사관들은 확진자와의 동선 추적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다. 인내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확진자가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 통화과정에서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어 검증 작업은 필수적으로 동반된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끼리 입소문이 양평군의 발표에 앞서 확산되기도 한다. “확진자가 방문한 특정업소에 대한 정보를 왜 공개하지 않느냐”는 일부 주민들의 질타가 나오기도 한다.

김순례 반장은 “확진자가 방문한 음식점과 커피숍 등에서의 접촉자 파악과정에서 접촉자를 특정하기 어려울 경우엔 업소명을 공개해 같은 시간대 방문자들의 검사를 권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업장은 소독한 뒤 4시간 이후에는 바이러스가 사멸돼 감염 위험이 없는데, 업소명을 공개해 2차 피해를 야기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김 반장은 “대부분의 양평군민들께서 코로나19 방역 활동을 조용히 지켜보시면서 응원을 아끼지 않고 계신다”면서 “작은 격려에도 큰 힘을 얻어 사명감을 갖고 직무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가능하면 직원들끼리도 ‘힘들다’, ‘지친다’는 용어는 사용을 자제하려고 한다”면서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저부터 밝은 표정의 얼굴로 동료들을 대하면서 최일선에서 코로나19 위기를 끝까지 잘 극복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성 기자 jungsung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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