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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한국産도 악랄 2014-04-11 11:21




◀박병상
(환경 칼럼니스트, 이학박사)



【에코저널=서울】♠봄이다, 모두 일어나라
이제 아무리 추워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겠지.

아직 겨울 외투를 옷장 깊숙이 넣어두기 망설여지지만 태양의 입사각도가 커지는 만큼 봄볕은 따뜻해질 테고, 얼어붙었던 땅도 녹아 나무들은 기운차게 땅의 습기를 빨아올릴 것이다. 바람꽃과 복수초에 이어 동백과 매화가 남쪽부터 꽃잎을 펼치기 시작했다.

오후가 나른해지는 3월 중순이 넘어가면서 수도권 근린공원의 산수유나무마다 노란 꽃봉오리를 활짝 펴냈다. 상춘객들은 벌써부터 공원에 무리지어 사진 찍기 바쁘다.

머지않아 산기슭은 화사한 진달래로 완연한 봄을 선언하고, 벚꽃이 만개한 거리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모여드는 인파로 봄이 활짝 피겠지. 공기까지 상쾌해야 할 텐데, 언제부턴가 우리네 하늘은 사시사철 붉으죽죽해졌다.

땅이 녹자마자 개구리들이 습지에 모여들어 봄을 깨운다. 춘정을 이기지 못하는 새들이 나무 꼭대기로 올라가 봄을 우지를 때, 중국과 몽골의 황사가 기지개를 펼지 모르겠다. 영하 40도의 혹한에 얼어붙었던 몽골과 중국 일원의 사막도 풀릴 것이다.

마침 강하게 불어오는 편서풍은 황사를 한반도로 공급해줄 텐데, 올핸 어느 정도나 되려나. 황사 능가하는 미세먼지 세례로 겨우내 고생해서, 황사 소식에 특별히 긴장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황사, 초대받지 않은 손님
예로부터 중국에서 넘어오는 황사는 농사에 도움되었지만 개발에서 소외된 들판이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지금은 없어도 무방한 존재가 됐다.

한해 농사로 이탈된 무기영양소가 황사로 보충되었지만 중국 서해안의 대도시와 공업단지를 통과하며 중금속과 미세먼지를 대거 포함하는 요즘, 황사는 봄철의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됐다.

정작 중국과 몽골이 가장 고통스럽겠지만 우리도 속절없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황사 속 유해 성분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기원한다지만, 그로 인한 피해를 우리가 중국에 청구할 수 없다.

20세기 중반, 독일 공장지대의 대기오염물질이 스칸디나비아 지역 국가의 문화재와 숲을 부식시키거나 타들어가게 했어도 독일이 배상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 없다. 지금도 유럽 최대 공업국가인 독일에 공장은 여전히 잘 돌아가지만 공장지대는 나무가 울창하다.

50퍼센트의 땅에 나무를 심는 독일은 오염물질을 전처럼 대기와 땅과 강에 내뿜지 않는다. 독일의 하늘은 언제나 파랗다.

애국가 3절의 하늘이 독일로 이전했는데, 중국발 황사, 중국이 배상할 리 없다. 어떻게든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

♠인천은 숨이 막힌다
중국과 몽골에서 날아오는 황사가 태평양을 넘어 미국 서해안까지 이른다는데, 그 황사가 먼저 닿는 인천에는 미세먼지가 많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한 황사를 제외하고도 디젤엔진을 단 대형트럭이 항구와 도로를 누비는 만큼 미세먼지가 다른 도시에 비해 유난히 많다. 하지만 인천을 누비는 대형 트럭들은 영흥도의 화력발전소에 비하면 애교에 불과하다.

아무리 엄격한 장치를 통과하더라도 80만 킬로와트 급 석탄화력발전소 4기에서 뿜어 나오는 미세먼지는 수도권의 모든 먼지를 압도하는데, 곧 85만 킬로와트 규모로 2기를 추가 가동할 준비를 마친 남동화력주식회사는 다시 2기를 같은 규모로 증설하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

미세먼지가 잔뜩 나올 석탄으로 고집 피우면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정부부처가 밀어주었던 전례로 볼 때, 환경부의 솜방망이 규제는 간단하게 피할 것이다.

▲중국발 황사만이 문제가 아니다. 디젤엔진을 단 대형트럭이 발생시키는 미세먼지 또한 우리의 숨을 막히게 한다.(사진: flickr)

몸에 들어오면 허파꽈리에 박힐 가능성이 높은 초미세먼지는 우리 도시가 미국의 2배 이상 농도가 높다고 하는데, 디젤트럭과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된 인천은 우리나라 평균을 크게 초과할 게 틀림없다.

그 먼지는 편서풍을 타고 날아간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칠갑이 된 인천을 지나 2천만이 거주하는 수도권으로 거침없이 확산될 것이다.

인천은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까. 영흥도 화력발전소의 연료를 액화천연가스로 바꾸면 먼지 발생이 즉각 줄어들 테지만 남동화력주식회사는 물론이고 정부도 수도권 2천만 시민의 건강을 살피려 들지 않는다.

미세먼지 저감장치가 없는 트럭은 도심지의 인구 밀집지역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면 상당히 완화되겠지만 그런 움직임은 통 보이지 않는다. 먼지 발생을 억제하지 않는데, 발생한 먼지는 줄이려 노력하던가?

♠먼지 잡는 습지와 논
내 땅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규제하지 않으면서 중국에 문제제기해도 소용없다.

트럭은 물론 모든 디젤 차량에 먼지 제거장치를 달고, 발전소는 물론이고 주택단지의 보일러도 천연가스로 규제하여 미세먼지든 초미세먼지든, 발생을 철저하게 통제할 때 비로소 대책을 요구하든, 자제를 읍소하든, 불만을 호소할 자격이 생긴다.

기왕 발생한 미세먼지를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더미를 따라 바람에 날아다니게 방치하려면 먼지를 잡아줄 수 있는 녹지와 습지가 필요하다. 많고 넓을수록 좋다.

중국발 황사는 오래 전부터 인천 앞바다와 서해안의 너른 갯벌이 줄여주었지만 마구 매립된 요즘, 지난 일이 되고 말았다.

숲에서 걸러지고 빗물로 씻긴 먼지는 강을 따라 갯벌에 쌓이고 쌓여 다채로운 어패류의 서식처와 산란장을 만들어주었지만, 이제 우리 갯벌은 손바닥만큼 남았다.

한때 세계 5대라고 자랑하더니, 그 광활했던 갯벌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철두철미하게 메워지고 말았다.

황사를 잡아주던 논습지는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넓게 펼쳐졌지만 도시가 확장을 거듭한 지금은 거의 매립돼 주택과 공업용지로 편입되었다.

먼지 발생이 거의 없었던 시절 넓었던 습지가 아스팔트도로나 콘크리트 건물로 바뀌며 자취를 감춘 것이다.

▲근린공원이나 자연공원에 일정 규모의 습지를 조성한다면 먼지를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사진 flickr)

이럴 때 유럽에서 보듯, 근린공원이나 자연공원에 일정 규모 이상의 습지를 조성한다면 먼지를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인데, 아쉽게 우리 공원들까지 습지보다 수려한 건물을 자랑한다.

아직 넓든 좁든 대부분의 도시에 논이 남았다. 도시의 먼지를 제거하는 논은 습지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홍수와 가뭄과 같은 풍수해를 완충할 뿐 아니라 교육 효과도 크다. 자신이 먹는 밥이 논에 심은 벼에서 나온다는 걸 도시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지 않은가. 습지에 서식하는 무수한 생물은 생태적 상상력을 시민들에게 전해줄 것이다.

단순한 황사에서 대기오염물질이 포함된 황사가 오더니 미세먼지가 더욱 위협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앞으로 중국발 미세먼지에 방사성물질도 포함될지 모른다. 도시의 근린공원과 자연공원마다 크고 작은 습지를 조성하는 일이 절박해졌다.

습지 못지않게 남은 논이라도 보전해야 한다. 4분의3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에서 식량자급률도 시급히 끌어올려야하지 않은가.

주변에 녹지가 있다면 먼지 제거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나무심기 좋은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기사제휴-인사이트>
(http://www.insight.co.kr)

필자는 인하대학교 이과대학 생물학과, 동 대학원 생물학과,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질병관리본부 연구윤리위원을 지냈으며 환경단체, 시민단체 활동을 해오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이사, '녹색평론' 편집자문위원이며, 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1985년부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현재 명지전문대학 초빙교수로 언론과 잡지에 환경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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