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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의 눈물…날조된 자연다큐 2014-03-25 03:38
야생 나비를 기절시키고 찍은 사진이라면, 사육된 수달을 데려와 야생인 것처럼 조작한 영상이라면 절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제발 찍지 마세요.




◀윤순태
(자연다큐멘터리 감독)


【에코저널=서울】자기만의 사진을 담기 위한 무차별적인 촬영을 하는 사람들은 점점 시간과 장소를 구애받지 않고 떳떳하게 촬영을 한다.

2013년 시화호 뿔논병아리가 2차 번식 중 불청객들이 들이닥쳐 수난을 당했다. 뿔논병아리는 겨울철새지만, 시화호의 잘 가꾸어진 습지가 이들에게 좋은 안식처로 제공 돼 북쪽으로 날아가지 않고 텃새로 자리를 잡았다.

시화호에서 뿔논병아리의 2차 번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시화호로 몰려들었다. 뿔논병아리의 둥지에서 고작 2∼3미터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자리를 잡고 촬영을 했다.

▲시화호의 뿔논병아리 둥지에 몰려든 네이처 헌터들.(사진 KBS 뉴스)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불안하게 둥지를 지키는 뿔논병아리가 안쓰러워 지나가는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경찰이 출동해도 이들의 사진 찍는 행위를 제지할 수가 없었다. 새들을 촬영할 때는 최소의 인원으로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위장막 등을 활용해 촬영해야 하지만 탐욕에 눈먼 이들에게는 새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었다.

곤충을 촬영하는 사람들 역시 몰지각한 행동을 자신들의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꽃에 앉아 있는 나비를 촬영하려고 나비를 기절시켜 손이나 꽃 등에 앉혀 놓고 촬영을 한다.

꽃에 앉아 꿀을 빠는 나비를 촬영하려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지만 나비를 잡아서 날개를 뒤로 접고 몸통 부분을 슬며시 눌러 기절시켜, 원하는 꽃에 올려놓아 촬영을 한다. 잠자리도 마찬가지이다.

잠자리 역시 미리 잡아 몸통 부분을 눌러 기절시켜 원하는 위치에 놓고 촬영을 한다. 그들이 원하는 건 자신들이 좋아하는 자연이 아니라 자연을 상대로 테러를 하는 것이다.

♠다큐의 본질 '진실'
이러한 비윤리적이고 모순된 촬영은 일반인뿐만이 아니라 방송에서도 일어났다.

자연다큐멘터리는 연출이 아닌 자연 그대로를 관찰자의 입장에서 카메라에 담았을 때 진실성과 감동이 배가된다. 자연다큐멘터리는 장르적 특성상 인내와 끈기를 필요로 하고, 인위적으로 극적 감동이나 스토리를 이끌어 낼 수가 없다. 그런 시도가 들어갔을 때 자연다큐멘터리는 자연다큐멘터리로서의 가치와 신뢰를 잃게 된다.

지난 1998년 KBS의 자연다큐멘터리 '일요 스폐셜-수달' 조작 파문이 대표적인 경우다. '수달'의 경우 방영 후 자연 속의 수달이 아니라 사육된 수달로 촬영됐고, 세트촬영과 함께 일부 장면은 연출된 것이 알려지면서 큰 파문이 일어났다.

▲KBS 다큐 제작진의 무리한 연출로 암컷 수달이 죽었다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왕산에서 발견돼 경남의 한 동물병원에서 보호받던 수달 한 쌍을 강원도 내린천에 설치한 세트로 옮겨 촬영한 것이다.

또한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던 죽은 암컷에게 수컷 수달이 낙엽을 덮어 주는 모습의 죽은 암컷은 제작진의 무리한 연출로 인해 암컷 수달이 죽었다는 주민의 증언으로 시청자를 충격에 빠트리고 자연다큐의 촬영 과정에 대해 불신을 가져 왔었다.

♠자연그대로의 모습으로...
언젠가부터 우리는 자연을 자연스럽게 보는 눈을 잃어버렸다. 편리함과 물질적 성장만을 추구해온 우리의 삶의 양식이 자연을 대하는 방법까지도 편리함으로 물들여 자연을 기록하면서 느끼는 경이로움조차 비양심적인 행동으로 변질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자연에서의 사진과 영상은 오랜 시간 기다림 속에 자연과 사람이 교감하여 만난 결과물이다. 사진에는 진실이 담겨있어야 한다.

네이처 헌터들의 사진에는 일그러진 양심과 비뚤어진 소유만이 담겨있다. 우리는 네이처 헌터들이 찍은, 자연의 숭고함과 경의로움으로 포장시킨, 비양심적인 사진과 영상을 바로 볼 수 있는 인식을 키워야 한다.

또한 네이처 헌터들이 자연을 대하는 도덕성을 키워 탐욕과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그릇된 인식을 가진 사진이 사라지는 날을 기대해본다.

<기사제휴-인사이트>
(http://www.insight.co.kr)

필자는 군산대 수산과학과 박사 과정 수료.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주머니속 민물고기도감'을 출간했고, '금강에 살어리랏다'로 제6회 대한민국영상대전 지역영상부문을 수상했다. 지인들이 '들판'이라고 부를 정도로 매일 자연을 찾아다니고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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