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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숲을 만들다 2014-02-25 15:43


◀림태주
(시인, 책바치)


【에코저널=서울】'쌰뉴뉴'라는 벌레가 있습니다. 내몽고에서 쓰는 말이라서 네이버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 벌레는 사막의 모래밭에 조그만 구멍을 뚫고 들어가 숨어서 삽니다. 이 쌰뉴뉴를 잡으러 다니는 여인이 있습니다. 별걸 다 먹는 중국인의 기호식품이냐고요? 아닙니다. 이 벌레가 나뭇잎의 수분을 빨아먹기 때문입니다.

의문이 듭니다. 그 작은 곤충이 살기 위해 나뭇잎 좀 빨아먹는 걸 가지고 매정하게 잡아 죽인대서야 말이 되느냐는 겁니다. 여인의 사연을 들여다보니 말이 되고도 남습니다. 측은하고 미안하지만 쌰뉴뉴를 그대로 놔둘 수는 없겠습니다.

벌레 잡는 여인의 이름은 '인위쩐'입니다. 그녀는 중국 내몽고의 마오오쑤 사막에서 삽니다. 그녀는 모래바람과 모래벌판뿐인 이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토굴을 짓고 살아가는 바이완상이라는 남자에게 얼굴도 모른 체 시집을 옵니다. 여자는 말을 잃습니다.

40일이 지나도록 사막을 지나가는 단 한 명의 사람을 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래바람을 헤치고 한 사람이 걸어옵니다. 여자는 미친 듯이 달려가 보지만 길손은 총총히 발자국만을 남긴 채 사막 저편으로 사라져버립니다.

여자는 세숫대야를 들고 나가 지나간 사람의 발자국을 덮습니다. 모래바람이 사람의 흔적을 지워 버릴까봐, 그 발자국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품어 안고 싶어서.

♠외로워서, 그리워서 시작된 열정
그러나 인위쩐은 울고만 있지 않았습니다. "내가 사막을 다스리고 말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그녀는 당나귀를 끌고 19km를 걸어가 나무 묘목을 사다가 사막에 심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모래땅을 깊이 파고 나무를 심어도 물기가 전혀 없으니 2∼3일에 한 번씩 물지게를 지고 가서 흠뻑 물을 부어줘야 나무가 말라죽지 않습니다.

▲인위쩐은 사막을 숲으로 만든 기적의 여인이다. 거칠어지고 붉어진 그녀의 피부는 다른 어떤 사람보다 아름답고 숭고하다.

그렇게 일 년을 반복해야 나무가 겨우 뿌리를 내립니다. 인위쩐이 이렇게 25년 동안 해낸 일은 가히 기적이라 할 만합니다. 마오오쑤 사막의 10분의 1, 자그마치 1400만평의 절망을 희망의 숲으로 바꿔놓은 것입니다. 그녀가 사막에 심은 나무는 80만 그루라고 합니다.

쌰뉴뉴는 이 여인이 물지게를 지고 나르느라 나무 표피처럼 거칠어지고 검붉게 익어버린 등짝과 어깨의 고통을 모른 체 묘목의 잎에 달라붙어 수분을 빨아먹어대는 것입니다. 잎은 말라 떨어지고 가지는 마르고 이내 어린 나무는 죽습니다. 여인은 나무를 살리기 위해 일생의 사막을 뙤약볕을 견디며 이 작고 앙증맞은 벌레를 잡으러 다닙니다.

사막에 숲이 생기자 사람들이 왔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달려와서 더불어 나무를 심었습니다. 나는 알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일은 그리움이 시켜서 한 일입니다. 그리움이라는 힘이 저 광활한 사막마저도 다스린 것입니다. 인위쩐은 오늘도 사막에 심은 나무들을 바라보며 비를 그리워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비야 비야 오너라
어서 어서 오너라
구름아 구름아 오너라
큰비를 몰고 오너라

<기사제휴-인사이트>
(http://www.insight.co.kr)

필자는 오래도록 책을 만들고 파는 일에 몸담았다. 2010년,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함께하고 싶어 '행성:B'라는 책공방을 열고 발행인이 되었다. 페이스북 세계에서 '페북의 싸이(코)'로 이름을 날리며 공감의 삶을 나누고 있다. 일찍이 '한국문학'으로 등단해 여전히 발표되지 않는 시를 쓰며 명랑하게 살고 있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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