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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파인더 너머 야생과 만나다 2014-02-24 13:43


◀최기순
(야생동물 사진작가, 자연다큐 감독, 교수)


【에코저널=서울】나는 시베리아의 대자연 속으로 들어간 자연다큐멘터리 감독이다. 카메라를 통해 자연을 만난다. 뷰파인더 너머에 있는 야생의 세상을 담는 일은 자연을 껴안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그리하여 눈 덮인 시베리아의 숲 속에서 시베리아호랑이와 아무르표범, 그리고 야생의 반달 가슴 곰과 교감하던 나 역시 어느새 자연속의 한 부분이 되어 있다. 야생과의 조우에서 삶의 가치를 건져내는 일은 나에게 가장 행복 일이다.

♠매력에 이끌려 시베리아로 향하다
지난 '시베리아 야생 호랑이' 촬영 이후 시베리아에 매료되어 지금까지 줄곧 시베리아에서 야생동물과 씨름중이다. 호랑이를 찍고 있을 때가 EBS에 재직 중일 즈음이었다. 막상 가서 보고 촬영을 하면서 연해주와 시베리아에는 한반도에서 서식 했던 많은 야생동물들이 건강하게 서식하며 생활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이곳에 내 인생을 걸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접근할 수 없으면서도 생태계가 그대로 존재하는 손색없는 환경에 대한 매력이 끌렸다. 그래서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12년째 시베리아를 오가며 자연다큐멘터리 제작에 매진하고 있다.

▲시베리아 호랑이의 매력이 나를 대자연으로 이끌었다. 나에게 자연은 가지고 있는 것을 내려놓고 내 열정을 바칠만큼 값진 것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연해주 촬영에서 얻은 성과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미샤, 마샤. '미샤와 마샤'는 밀렵꾼들에 의해 어미를 잃은 새끼 야생 반달곰 남매를 키운 후 야생으로 다시 되돌려 보내는 작업을 영상으로 기록한 자연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이 작품은 특히 내가 지금까지 해온 작업 가운데 가장 만족하고 기억에 남는 작품이기도 하다.

기획부터 작업 전체를 온전히 내 힘으로만 해낸, 프리랜서로 나의 첫 작품이었다. 2년 동안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미샤와 마샤를 키웠는데, 주위의 러시아 사람들은 불가능하다고 그냥 내버려두라고 했다.

하지만 자연 다큐멘터리를 계속한다면 동물을 길러서 산으로 보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꼈다. 또 내가 기록만 하고 자연에게 해주는 게 없으면 좋은 감독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명감까지는 아니었지만 곰들이 내게로 왔고 그렇다면 한 번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야생으로 돌아갔을 때를 위해 매일 새끼 반달곰들을 숲으로 끌고 나가 어미 노릇을 했다. 2년간 곰들을 키우고 먹이느라 고향의 땅을 담보로 잡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다행히 성장한 곰들은 산으로 돌아갔고 지금은 시호테알린 산맥의 주인이 되었을 것이다.

자연다큐멘터리 작업에서 야생동물 중 아무르표범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는 고도의 테크닉과 치밀한 기획력을 요구하는 힘겨운 작업이다. 동물은 결코 카메라를 위해 자신을 순순히 드러내지 않으며, 더구나 한 번 타이밍을 놓치면 1년이라는 세월을 고스란히 허송으로 보내는 것이 다반사인 까닭이다.

최근에는 그나마 나아진 편이지만, 방송국에서 조차 동물 자연다큐멘터리를 예산이나 그 밖의 여건상의 문제로 쉬이 시도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물며 혼자의 힘으로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멸종 직전의 야생동물들을 기록하는 일은 힘들지만 의미가 큰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우리나라의 다큐멘터리 분야가 척박하다고 해도, 제작하는 사람들이 찍기 쉽거나 한정된 예산을 들여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면 시청자들에게는 너무 억울한 일이 아닐까…. 어렵더라도 누군가는 끊임없이 도전해야한다.

♠기다림과 교감의 미학
처음 3개월간은 아무르표범에 대해 연구하고 예산을 세우고 러시아 자연 보호구에 기획안을 논의하고 계약서를 쓰고 나면 현지 연구진들을 만나는 일로 보낸다. 다음 2개월 정도는 현장에서 어떻게 찍을지 고민하고 캠프를 만들고 장비를 세팅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그 뒤부터는 보이지 않는 싸움이다. 표범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찍은 표범 사진. 사건사고도 많았지만 그것 또한 자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아닐까.(출처 최기순 감독)

심지어는 3개월까지 기다린 적이 있는데, 결국 표범을 만났을 때의 희열은 표현할 수가 없다. 또 한 번 교감을 하게 되면 한동안은 찍고 싶을 때 언제든 찍을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슬픈 운명에 놓인 표범 가족
지난겨울에는 나무 위에서 촬영했지만 이번 겨울에는 땅속에서 바위틈에서 표범과 같은 시각에서 표범을 촬영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위험한 일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영상을 시청자들에게 보여 주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만 한다. 나는 표범이 다닐만한 곳에 4개의 땅굴을 파놓고 표범이 나타날 때마다 이동 할 수 있는 특수 텐트를 만들어 그 속에 앉아서 촬영 할 수 있게 했다.

나는 제 1땅속에서 표범을 기다린다.

한 시간, 하루, 한 달 ......

밤에는 영하 40도까지 내려간다.

작은 소리와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에 불이 들어왔다.

표범이었다.

카메라소리의 작은 소리에 놀라 금방 달아났다.

서너 시간 뒤 다시 나타났다. 뷰파인더 속에 표범이 조심스럽게 내게로 다가온다.

수표범이었다.

수표범은 내 행동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을 했다.

수표범은 암 표범에 비해 덩치가 크며 암 표범에 비해 나이는 어리다.

수표범은 3년 생 정도이며 현재는 어미와 결혼해서 새끼를 낳았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새끼표범이 자식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곳에서는 근친교배가 일어나고 있으며 건강하게 보이지만 어느 한순간 지구상에서 사라질 운명에 놓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슬퍼진다.

그러나 우리들이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이들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수표범은 어느새 땅굴 속에서 잠복하는 입구 2미터 앞 가까이 다가 와서 나를 위협 하며 소리를 낸다.

나는 화약탄을 집었다.

더 이상 움직이면 터트릴 생각이다.

표범은 한 번 더 소리를 지른 뒤 사라졌다.

사고는 순간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내가 표범의 영역치안에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일까. 표범은 계속 주변을 돌며 소리를 내며 계곡 깊숙이 사라져 갔다.

♠러시아 정보국에 잡혀가다
아무르표범은 북한, 중국 국경을 넘어 다니며 생활하는 곳이 있는데 나는 그곳에 굴을 파서 표범의 행동 영역치를 기록하고 싶어 욕심을 냈다. 일주일이나 넘게 작업을 해서 다 마무리가 되어갈 무렵 문제가 발생을 했다. 땅을 관리하는 관리인 말만 믿고 촬영준비를 했다. 국경근처라도 개인 땅이라서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정보국에서 이곳에 와보고는 나를 스파이로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정보국에 잡혀갔다. 독방에 가둔 뒤 많은 시간이 흐르고 취조가 시작되었다. 표범을 촬영하려면 스파이처럼 땅속에서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표범을 촬영할 수 있다고 했더니 담당자는 어이가 없는 표정이다.

이틀을 조사 받고 벌금 내고 각서 쓰고. 각서내용은 핫산 지역에 들어오면 정보국에 신고하고 나갈 때 움직일 때마다 보고하는 내용이다.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영원히 러시아 땅에서 추방을 시키겠다고 한다. 촬영이 더욱 어렵게 되어 가고 있다. 더 이상 국경근처의 촬영은 허락되지 않았다.

자연다큐 프리랜서 감독들은 일에 대한 어려운 고통보다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는 일이 더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계속 이 일을 할 것이다. 올 겨울에도 새끼표범이었던 희망이를 찾아 기다림의 미학을 즐기면서 말이다.

<기사제휴-인사이트>
(http://www.insight.co.kr)

필자는 제일기획, EBS 등을 거쳐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하며 '곤충의 집', '잃어버린 한국의 야생 동물을 찾아서' 등 문화와 자연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1994년에는 '남극을 가다'를 촬영하며 산악인 허영호와 함께 도보로 남극점에 도달했고, 1997년에는 '시베리아 야생 호랑이'를 촬영해 화제를 모았다. 한국방송촬영 감독상 대상, 백상예술대상 작품상등을 수상했다. 현재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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