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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 사라진 '습지의 날' 2008-02-04 09:23



이경율 회장
(사)환경실천연합회


흔히 자연생태계의 콩팥으로 일컬어지며, 생산성과 종 다양성 보유기능,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지속적인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삶터가 습지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공감한다. 그러나 그 보존 대상과 방법에 대한 차이, 무관심, 자연생태계의 가치에 대한 몰이해와 과소평가가 불러온 개발위주의 반환경적 정책들이 지금 한반도의 습지를 궁지로 몰고 있다.

1971년 12월, 이란 람사르(Ramsar) 국제회의를 통해 채택된 국제습지조약에서 지정한 '세계 습지의 날'(2월2일), 습지 보존을 기념하는 좋은 날?을 맞이하지만, 환경인의 한사람으로 먹먹함과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은 더 이상 물러설 곳 없이 신음하는 우리 습지의 고통 때문이 아닐까 한다.

지난 12월 발생한 서해 기름 유출 사고는 우리의 연안 습지에게 닥친 또 하나의 대재앙이다. 먹이사슬의 기초인 동식물성 플랑크톤이 삽시간에 사라지면서 서해안 최고의 생태보고인 태안반도는 한순간에 불모의 땅으로 변했다.

또한 2500여종에 달하는 연안 및 갯벌 동식물, 철새 등도 삶의 터전을 잃었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대재앙과 안일한 대처는 어민들의 직접 손실과 환경복구비 등 경제적 손실을 수 조원으로 만들었으며, 언제 회복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갔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여전히 습지와 생태계 보전을 위한 대안이 제시되지 못한 채, 갯바위 틈의 기름을 닦아내며 땀 흘리는 봉사자들의 손길만을 바라보고 있는 현실이다.

이름 없이 사라져 가고 있는 습지도 한둘이 아니다. (사)환경실천연합회에서 2007년에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보도한 비무장지대의 습지 파괴가 극에 달하고 있다. 비무장지대 습지들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희귀 동식물이 공존하는 생태계 보고(寶庫)이다. 그러나 최근 느슨해진 관리를 틈타, 농지 개간이 활발해지며 습지가 훼손되는 일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습지 주변은 농지 개간으로 깎이고, 석축(石築)이 습지와 습지 사이를 가로 막아 제 기능을 막고 있다. 농약병까지 나뒹굴고 있는 상황은 습지 오염, 인근의 지하수 오염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비무장지대 습지의 앞날도 그다지 밝지 않다. 주민들의 민원으로 점차 접근 통제 지역에서 습지가 풀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뿐 아니라 인수위도 비무장지대 군사시설 반경 500m 이내만 규제하겠다는 약속은 더욱 가속화 되는 습지 훼손을 불러올 것이다.

이에 따라 환실련에서는 ▲통합적인 습지보전 기초 및 기본계획 수립 ▲국내 습지현황에 대한 긴밀한 분석 및 훼손습지 복원안 마련 ▲습지 훼손을 담보로 하는 정책사업의 난개발 방지▲알려지지 않는 무명 습지의 보존 가치 확립▲습지의 지속가능한 친환경적 이용방안 강구▲습지현장 방문·탐방자에 의한 훼손방지 방안 등의 내용이 포함된 정책적이며 실현가능한 '습지보전·관리방안 십계명'을 제안하고 정부의 습지보전 정책 및 관리, 올바른 이용방안을 촉구하고 있다.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는 경부운하 역시 한반도의 습지 훼손에 한 몫을 담당할 것으로 보여 우려가 크다. 물류비 절감, 인력 창출 등의 경제성 논의를 따지기 이전에 남한강과 낙동강 사이에 40km 길이의 인공수로와 터널을 뚫어야 하는 반생태계적인 이 공사를 통해, 낙동강 중류, 구미 해평습지, 대구 달성습지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그동안 낙동강 습지를 국제적인 람사르 협약 습지로의 등록을 추진해 오던 환실련은 더욱 큰 비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무겁고 긴 배가 운항할 수 있도록 뱃길을 내려면 구부러진 물길을 직선으로 펴고 강바닥을 깊이 파내고 트럭으로 실어 날라야 하는 토사량만 어림잡아 고속도로 10개를 만드는 공사와 맞먹는다고 한다. 또 홍수 때 상류에서 내려와 강바닥에 쌓인 자갈이나 모래를 치우기 위해 매년 강바닥을 긁어내야 하고, 대규모 선박이 운항되며 생기는 파랑에 의해 운하 가장자리가 침식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수로 가장자리와 바닥에 큰 돌을 쏟아 붓거나 시멘트를 바르기도 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수변 습지가 파괴되고 많은 동식물의 보금자리가 사라지게 되는 건 당연할 것이다. 인공 갈대습지를 조성하면 된다고들 하지만, 진짜를 없애고 가짜를 붙인다는 것을 자연은 절대 용납할리 없다.

이제, 10월 28일부터 경남에서 열리는 제10차 람사르총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습지를 위해 5년간 생태계 조사 등 22개 사업에 총 1300여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지역별 습지보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시민습지 모니터링 활성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습지보전기본계획'을 추진한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며, 기대되는 일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것은 개발의 논리에 언제나 미개발된 지역으로 가장 상위에 자리 잡으며, 환경영향평가니 공청회니 몇 가지 요식행위를 거친 뒤, 사라져 가는 습지를 더 이상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 지금껏 하나의 생태계를 두서없이 이곳저곳에서 관리해 정작 보존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외면당하는 일들이 비일비재 하였고 겉치레의 관리만이 이뤄졌다. 지금부터라도 습지 보전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당위임을 분명히 인지하고 민관 모두 협력해 하나의 생태계를 속속들이 보전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람사르 총회를 앞두고도 개최국이 습지를 공식적으로 훼손하겠다는 낯 뜨거운 정책들 역시 더 이상 등장해서는 안 될 것이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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