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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방제작업이 '해양생태계 두 번 죽인다' 2008-01-13 19:52



이승호 수석연구원
(한국종합환경연구소)


태안 앞바다에서 해상크레인과 유조선 충돌로 야기된 원유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바다 생물은 물론 바다와 갯벌에 생계를 건 어민들 모두 피해자다.

이번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어민들, 죽은 생물을 마주한 사람들은 그냥 가해자가 된 듯이 마냥 고개를 들 수가 없게 된다. 필자는 유류 오염 사고 후 태안 일대를 계속 모니터했다. 이 과정에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알려야 하는지 정말 막막하기만 했다.

유류오염사고의 긴급한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된 사고 15일 이후부터(무인도와 섬은 방제작업이 제자리 였다.)는 주변을 자세히 둘러볼 수가 있었다. 이곳저곳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필자가 느낀 것은 두려움이었다.

처음에는 유류 유출 사고로 많은 생물이 1차로 죽었다. 그리고 제거되지 않은 기름과 방제 처리한 기름(타르, 타르볼 등)이 조석간만의 차로 이동하면서 생물들이 2차로 죽었다.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연구팀이 공식 확인한 현황은 바지락 집단폐사, 모래무지염통성게집단폐사, 거미불가사리집단폐사, 쏙집단폐사, 쏙붙이 집단폐사, 비단고둥류 집단폐사 등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죽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방제작업에 의해 생물들이 죽어가고 있다. 유류오염사고가 발생하고 해양생물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방제에만 초점을 맞추니 해양생물은 뒷전이 됐다.

해양생물 현황 파악이 중요한 이유는 해양생물 분포 정도를 보고 유류오염정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류오염정도를 파악해야 방제를 위한 정도를 구분할 수 있을 것 아닌가? 물론 이화학적요인 분석도 절실하다. 하지만 지금 유류오염 지역은 확인되지 않은 각종 방제방법들이 해양생물들을 위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연암반에 사용되고 있는 고온고압분사기 ▲자갈과 뻘 혼합 해안에 사용되고 있는 자갈 회수(사진) 후 삶는 방법 ▲모래 지역에 적용되고 있는 갈아엎는 방법 ▲모래지역의 모래를 회수해 삶는 방법 등이다. 이같은 방제방법은 현재 태안유류오염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는 방법 중 일부다.

이러한 방법들을 행할 때는 먼저 해양생물 현황을 공통적으로 파악하고 신중히 진행해야 한다. 생물상이 유지되고 있는 곳은 일률적인 방제 방법의 적용 보다는 해양생물을 유지시킬 수 있는 방안 위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생물상이 유지되고 있지 않은 곳은 그 이유와 정도를 파악한 다음 방제 방법의 강도와 빈도를 적절히 조절해야 할 것이다.

자연암반에 사용되고 있는 고온고압분사기 방법은 암반에 해양생물이 전무인 경우를 확인한 후 사용해도 늦지 않다. 닦을 수 있는 것은 닦아 내고, 너무 인위적인 방제를 하는 것은 유류분해미생물 활성을 저해하고 생물이 가입되는 시기를 늦추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나마 살아 있는 생물들을 전부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부착생물이 많이 살아 있는 곳도 고온고압분사기가 사용됐다.

자갈과 뻘 혼합지역에 사용되고 있는 자갈 회수 후 삶는 방법은 뻘과 자갈, 암반 혼합 해안에 주로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조간대 상부에 뻘과 자갈, 암반 혼합지형이 분포한다. 조사결과, 뻘에는 뻘의 특성상 유류가 직접 깊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해양생물 현황을 파악한 후 해양생물 분포가 현저히 적다면, 과연 어느 정도 까지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화학적요인 분석을 병행하는 등 신중한 방제가 요구된다.

필자가 조사한 이러한 자갈, 뻘, 암반 혼합해안들은 해양생물상이 70% 이상 유지되고 있는 곳도 많았지만, 일률적인 방제방법으로 인해 모두 자갈을 뻘에서 끌어 올리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자갈에 붙어사는 부착생물를 비롯한 저서무척추동물들과 분해미생물들은 모두 죽을 것이며, 오히려 뻘 깊숙이 유류가 흡수될 수 있어 회복기간은 장기화 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도 육상으로 무분별하게 이동한 자갈 등에는 살아있는 조무래기따개비, 따개비, 담치류, 군부류, 고둥류 등이 많이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으며, 오히려 일률적인 방제방법으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모래지역에 적용하고 있는 갈아엎거나 모래를 회수해 삶는 방법도 정말 신중하게 진행시켜야 하는 방법이다. 생물상을 먼저 파악한 후에 생물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과연 어느 정도 깊이 까지 유류가 스며들었는지 코아링을 하고 깊이별로 위치별로 유류성분을 분석한 후 방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을 취하지 않고 지금처럼 중장비가 모래사장으로 들어가 일률적으로 모래를 뒤엎는다면 당분간 살아있는 생물이 하나도 없는 삭막한 모래사장을 보게 될 것이다. 필자는 엽낭게, 달랑게가 많이 분포하고 있는 지역을 뒤엎은 곳도 확인했고, 차량의 무분별한 출입으로 모래지반이 눌리고 차에 눌린 수많은 게를 보았다.

해양생물이 남아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이유는 그나마 유류오염을 덜 받은 곳이라는 객관적 판단 근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물현황을 무시하며 일률적인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필자가 가슴 아픈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긴급 방제작업이 어느 정도 이뤄진 이후라면 해양생물의 피해정도를 조사해야 한다. 정 시간이 없다면, 해양생물 조사와 병행해도 좋다.


▲기름이 유입된 백사장으로의 무분별한 차량 출입은 지반이 다져지면서 2차 환경파괴로 이어지는 요인이 된다

앞으로 태안유류 오염사고와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효율적으로 방제처리를 하기 위해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방제처리 매뉴얼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지금처럼 조급증(무언가 빨리 끝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과 홍보증(눈에 보이는 것만을 알리려는 실적주의)에 매달린 비효율적 방제 방법 보다는 좀 더 과학적인 접근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유류오염사고에도 불구,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해양생물을 차(車)에 치이고, 지반을 눌러죽이고, 물로 삶아 죽이고, 고온고압분사기로 죽이는 이러한 일률적인 방법으로는 유류오염사고 여파는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너무 많은 것을 빨리 이루려고 하지 말자. 훼손된 자연은 1%의 인위적 노력과 99%의 자연의 힘이 필요할 뿐이다. 다만 그 1%는 더욱 신중해야 하고,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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