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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에 바란다 2018-10-23 19:19




박광식 교수
(동덕여자대학교 약학대학)



【에코저널=서울】지난 2006년부터 폐질환 환자가 입원하는 사례가 증가하더니 중증인 경우엔 사망으로까지 이르는 사례가 발생했다. 그 원인에 대해 감염성 질환 등 다양한 가설이 제시됐으나, 국가차원의 역학조사를 통해 비로소 겨울철 실내에서 널리 쓰이던 가습기살균제가 그 원인으로 밝혀지게 됐다.

가습기살균제의 위험성에 대한 과학적 진실이 하나씩 확인되면서 2011년에는 관련 제품의 판매중지와 수거명령이 발동됐다. 이러한 조치가 취해지기 전 약 1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10여 개가 넘는 제품이 널리 판매됐다.

화학제품 관리에 대한 정부의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2013년부터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청자에 대한 조사‧판정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2014년에는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에 의한 폐손상을 환경성질환으로 규정하고, 환경보건법을 개정함으로써 피해자에 대한 지원 근거와 절차를 마련했다. 2017년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신속하고 공정한 구제를 위해 특별법(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시행됐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자는 2018년 10월 기준으로 6100여명이 넘었다. 지금까지 중증폐손상, 천식, 태아피해 등으로 인해 피해를 인정받은 구제 대상자는 679명으로, 신청자의 약 11% 정도로 알려져 있다.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다양한 질환들과 이들이 현재 받고 있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생각할 때, 그 결과는 아직까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며, 따라서 피해 인정질환의 종류와 범위가 시급히 확대될 필요가 있다.

피해구제 범위 확대를 위한 전향적인 정책적 결정 못지않게 그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환경보건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조사‧연구가 종합적이고 상호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2019년부터 특별법에 근거해 환경부 소속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에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를 정규 조직으로 신설하는 것이 확정됐다고 한다. 그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소규모로 존재했으나 이번에 업무의 효율성과 지속성을 위해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정부차원의 체계적인 연구를 강화한다고 하니 관련분야 연구자로서 반가운 일이다.

조직의 규모나 전문 인력 확보, 기술 및 정보 인프라 측면을 고려할 때 신설되는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는 국민적 기대에는 아직 충분하지 않으며, 향후 지속적으로 보강되고 발전되어야 할 과제들을 안고 있다.

특별법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보건센터의 기능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건강 모니터링, 의료상담 및 의료지원 ▲가습기살균제와 독성 화학물질이 건강에 미치는 조사·연구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에 대한 치료법과 간병 및 재활기술 연구로 명시돼 있다.

각각의 기능이 비록 한 줄의 글로 간략히 표현되고 있으나, 실제 여기에는 매우 중요하고 해야 할 많은 일들을 담고 있으므로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업무에 걸 맞는 조직 구성이 필연적이다. 어느 것 하나 미루거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일의 우선순위, 완급을 선별해 체계적으로 진행해 나가는 것이 보건센터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사람들이 숙지해야할 사항이다.

피해자에 대한 의료지원 등의 경우, 국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건강관리 차원에서 책임을 갖고 추진해야 할 부분이다. 자칫 이들의 질환이 악화되거나 합병증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전국을 주요 권역으로 구분해 가습기살균제 보건센터 협력기관(병원)을 지정해 피해자들에 대한 건강 모니터링을 실시한다고 한다. 건강 모니터링은 철저히 피해자와 그 가족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에게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 건강 모니터링을 통해 얻어진 결과들은 향후 피해구제 범위 확대를 위한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으므로 데이터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성분의 건강에 미치는 조사‧연구는 피해인정 질환을 결정함에 있어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필수적인 작업이다. 연구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에 설치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조사‧연구 기능이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의 가장 핵심적인 업무라고 할 수 있기에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하고 싶다.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질환들에 대해 노출과 영향간의 인과관계를 연구‧검토하고, 이를 근거로 인정기준을 제시함에 있어 이에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가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보건센터가 독자적으로 이 많은 일들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유관 학회 및 대학, 연구소 등의 전문가들과 협력하고 선진적인 연구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 기능 중의 하나인 치료법, 재활기술 연구 등은 아무래도 의학적인 기반이 많이 요구되는 분야이므로 단기적으로는 의료기관과 협력해 이들의 인프라를 활용하고, 장기적으로 보건센터 내에 의‧약학 관련 전문 인력과 장비들을 체계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2017년 8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만나,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사과도 했다. 그리고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사고에 대한 피해지원을 확대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후 1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고 그간 정부도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피해자들의 간절한 요구와 바람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특히 과학적으로 밝혀내야 할 부분은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가 선도적으로 이끌고 나가야 할 것이다.

환경 재난의 대표적 사건인 과거 일본의 미나마타병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물론 1956년 병의 존재를 공식 확인하고, 인정기준을 공표하기까지 약 15년이 걸렸다. 지금까지 피해구제를 진행하는 것으로 볼 때 정부의 대책이 적절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을 던질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가가 끝까지 국민의 건강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책을 마련해 가는 점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1978년에 설립돼 지금은 국제적으로 유명한 연구기관으로 발전한 ‘국립 미나마타병 연구소’의 역할과 시스템 등은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가 벤치마킹할 부분이 있다.

내년부터 전담조직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가습기살균제 보건센터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역학, 의학, 약학, 독성, 환경노출 등 관련 분야별 전문인력 및 시설, 장비 등은 앞으로 확충해야 할 요소들이다. 그러나 피해자와 가족들이 받고 있는 고통을 생각하면, 모든 것을 완벽히 갖출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단계적으로 로드맵을 세워 자체 역량을 강화함과 동시에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피해구제를 위한 조사‧연구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우수한 전문인력 및 전문기관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 직원들은 피해자의 억울함을 덜어주고 건강을 책임진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항상 잃지 않아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보건센터가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환경성질환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 기관으로 발전하기를 기원해 본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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