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8년 04월 26일  목요일
   즐겨찾기추가
   
  
 
 
 
 
 
 
 
 
 
 
 
기사검색
  

 
유리창 낙서에 담긴 ‘억년지계(億年之計)’의 교훈 2017-11-27 23:31






이승호 박사
(한국종합환경연구소·국립군산대학교 생물학과 겸임교수)




【에코저널=서울】필자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머릿속에는 늘 전원생활을 꿈꾸지만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파트 높은 층이라 경치를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5년 사이에 미세먼지가 증가해 멀리 산을 볼 수 있는 날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습관이 무섭다고 했던가? 미세먼지와 상관없이 아침에 일어나면 베란다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게 된다. 오늘도 무심히 베란다 밖을 보고 들어오다가 유리창에 그려진 그림이 눈에 띄었다. 무슨 그림일까 자세히 보니 사람과 나무, 물과 물고기도 있는 그림이었다.

유리창에 낙서처럼 그림을 그렸을 둘째 아들에게 무슨 그림인지 물었다. 아이의 대답은 “1억년 전에는 분명 큰 나무도 있었고, 물고기도 많았고, 맑은 물이었을 텐데...”라면서 “현재는 맑은 물이 드물고, 물고기가 별로 없고, 큰 나무도 많이 볼 수 없어서 이렇게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필자는 큰 충격을 받았다. 초등학교 2학년인 필자의 아들은 미래에는 책으로만 큰 나무와 맑은 물을 볼 수밖에 없다고 걱정하고 있었다.


수 많은 동·식물들을 직접 눈으로 마주하지 못하고, 오직 책에서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아들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참으로 가슴 아프고 안타까웠다. 볼 수 있는데 못 보는 것하고 전혀 볼 수 없는 것하고는 크게 다르지 아니한가?

필자는 환경을 연구하고 공부했다. 늘 현재의 환경을 생각하고, 좀 더 낳은 환경을 위한 방안도 고민했다. 일상의 생각도 환경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가 많았다. 하지만 정작 우리 아이가 보고 느껴야할 맑고 깨끗한 물과 다양한 동식물들이 사라지는 것을 막지 못했고, 지키기 못했다.

어른이자 부모인 필자는 미래세대인 자식에게 맑은 물과 우거진 숲을 직접 느끼고, 꿈꾸도록 돕지 못했다. 오히려 더러워진 물을 걱정하고, 생물들이 사라지는 환경을 걱정하게 한 것이다.

환경을 이야기 할 때 ‘후손들에게 물려줄 환경’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그렇다면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환경을 정말 부끄럽지 않게 잘 관리하고 유지하고 있는지 새삼 반문해본다.

한번 망가진 하천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설사 하천의 물이 화학적으로 깨끗해졌다 하더라도 그곳에 살았던 생물까지 본래대로 돌아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임에 틀림없다. 개발로 없어진 산은 영영 우주에서 사라지는 것이며, 그 산에 터를 잡고 살았던 생물들도 마찬가지 처지가 된다.

흔히 ‘교육(敎育)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이야기한다. 아파트 유리창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서 환경은 ‘만년지계(萬年之計)’, ‘억년지계(億年之計)’를 넘어 신중히 고민하고, 지켜야 하는 소중한 가치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편집국    

이 기사에 대한 소유권 및 저작권은 에코저널에 있으며 무단전재 및 변형, 무단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경우 법적 조치를 받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기사목록]  [인쇄]  [메일로 보내기]  [오탈자 신고]  [글자크기 ] [저장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