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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기사 : 경기도, 에너지절약 체험수기공모 당선작 발표
우리 집 비밀 프로젝트 2008-10-08 21:36
'경기도 2008년 에너지절약 체험수기' 최우수작


"아니, 꽉 차있던 기름이 다 바닥나 버렸네!" 아빠가 운전을 하시며 울상을 지으셨다. 맞벌이를 하시는 엄마와 아빠는 아토피가 심한 막내 동생 주헌이를 소백산 중턱에서 목장을 하시는 외가댁에 맡기셨다. 그래서 우리는 주말마다 이렇게 동생을 만나러 외할머니댁을 방문하러 간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외가댁에 갈 때마다 엄마랑 아빠가 계속 기름 값 이야기를 하시더니 오늘도 그 이야기인가보다. "여보, 기름을 9만원어치나 넣었는데 다시 넣어야겠어요. 주헌이를 주말마다 보는 것은 좀 무리 일 것 같지 않아요? 보조석에 앉은 엄마표정을 힐끔 살피시며 아빠가 말씀하셨다", "그러게 말이예요..." 엄마는 짧게 대꾸하시고는 말이 없으시다. 하지만 목소리로 보아 엄마의 심기가 많이 안 좋으신 게 분명했다. 그럼 이제 우리 동생 주헌이를 자주 못 만나게 되나 생각하니 나도 괜히 기분이 안 좋아졌다.

집에 도착한 둘째 동생 수인이와 나는 인터넷에서 기름에 관한 정보를 뒤지기 시작했고 우리 경제도 많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배럴당 석유 값은 연중 최고 상향가를 기록하고 있고,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에서 석유는 영순위 수입 대상품목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수출 지향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상 석유는 꼭 필요한 것이니 국제 유가에 우리경제가 이리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유가인상으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는 수출이나 국내 민간 소비 둔화로 이어지고 이는 우리 한국 전체의 경제를 침체에 빠트릴 수도 있는 심각한 일이다. 하반기 경제성장률도 4%로 하향 조정된 것도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리는 유가의 불확실성 때문인 것을 감안해 볼 때,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 석유에 너무 의존해 있는 한국의 경제구조가 안타까웠다.

앞으로 석유는 30년이면 바닥이 난다고 하던데 지금부터 그 시작인가 싶어 아찔했다. 더구나 지난 2003년부터 올해까지 6년째 한국 경제성장률이 아시아 주요국 중 최하위권 이라는 사실에 좀 놀랐다. 중국제품이라면 싸기만 하고 품질이 떨어진다며 눈살을 찌푸리곤 했는데 그들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0.2%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언니, 지금 중국이 중요한 게 아니고 기름값이 너무 올라 우리 주헌이 자주 못 보게 돼서 엄마가 우울해 하시잖아. 어떻게 하지?", "아 참 내 정신 좀 봐" 나는 동생 수인이와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을 다시 찾기 시작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사실 학교나 텔레비전에서 많이 보고 듣던 것이어서 익숙한 내용들이었다. 그동안 관심을 갖지 않았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고 읽어보지도 않고 재활용 박스에 던진 에너지 절약 안내문이 떠올랐다.

빨개진 얼굴을 동생에게 들킬 새라 '에너지 절약 비밀 프로젝트'를 내 책상에 한 장, 수인이 책상에 한 장 붙여놓고 당장 실행을 서둘렀다. 먼저 TV, 컴퓨터, 드라이어기, 라디오, 세탁기, 이미 초록불이 들어와 충전 완료가 된 휴대폰을 콘센트에서 분리 하였다. 대기 상태로 있으면서 만만찮은 전력소비의 주범인 플러그 체포 구금완료!

만족스러움과 뿌듯함이 서로의 얼굴에 번지기도 전에 우리는 벽돌을 찾으러 아파트 주변을 돌아 다녔다. 잘 정돈된 아파트단지라 벽돌 찾기가 만만치 않았다. 거의 한 시간을 헤맨 끝에 우리는 한 음식점 옆 텃밭에서 울퉁불퉁한 돌을 발견했고 변기 물통 속에 들어가기를 빌며 집으로 돌아왔다. 물로 깨끗이 씻은 후 변기 물통 뚜껑을 열고 집어넣는데 안 들어 갈까봐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또 다시 돌을 구하러 나갈 생각을 하니 진땀이 다 났지만 다행히 잘 맞아서 동생과 손뼉을 마주치며 기뻐했다.

그 다음날 저녁 베란다 불이 켜져 있어 불을 껐더니 엄마의 큰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있는데, 누구니?", "엄마, 미안해요! 전 아무도 없는 줄 알고 그만" 화초를 좋아하시는 엄마가 또 화초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계셨던 것이다. "우리 깜박쟁이 혜인이가 웬일로 베란다 불을 다 신경 쓰지? 별일이네?" 정말 의아해 하시는 엄마의 표정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엄마, 나 철 들었나봐. 하하" 얼버무리며 자리를 뜨는 나를 계속 쳐다보시는 엄마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직 내용을 모르시는 엄마 몰래 우리는 우리의 계획을 계속 실천해 나갔다. 목욕을 좋아해서 항상 목욕을 자주 하는 나의 습관을 10분내로 샤워하기로 바꿨고 양치질, 머리감기, 세수하기도 물을 받아서 했다. 헤어 드라이기나 에어컨 사용도 자제하고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말리니 팔뚝에 알통 배길 것 같아 은근히 걱정도 됐다.

보통 낮에도 전등을 켜고 공부하던 습관을 바꿔 시원하고 밝은 베란다에서 책을 보곤 했다. 깜박 잊고 예전 습관이 불쑥불쑥 튀어나온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한 2주일이 지나고 부터는 몸에 익숙한 습관이 되어 우리 자신도 놀랄 지경이었다.

엄마도 자세한 내용은 모르시지만 "우리가 좀 바뀐 것 같다"며 칭찬해주셨다. "불도 잘 끄고 빨래도 예전처럼 많이 내놓지도 않는다"고, "학교에서 무슨 교육받았냐"고 물으셔서 우리를 웃게 만드셨다. 아직 아무런 결과물도 없지만 엄마가 좋아하시고 칭찬까지 해주시니 우리는 벌써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드디어 어느 날, 세금 정리를 하시며 가계부를 쓰시던 엄마가 관리비 고지서를 든 채 이상한 얼굴로 혼잣말을 하셨다. "이상하네, 이번 관리비가 3만원이나 줄었네? 날씨가 더워져서 더 나올 줄 알았는데?"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던 우리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엄마에게 다가가 모른 척 물었다. "엄마, 뭐가 얼마나 줄었는데?", "으응,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까지 조금씩 다 줄었어! 아마 뭐가 잘못 되었나봐"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큭큭 웃음을 터트렸고 엄마는 그런 우리를 눈을 동그랗게 뜨시고 쳐다보셨다.

우리의 계획과 실천을 다 들으신 엄마는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하시고 우리를 가만히 바라만 보셨다. 엄마 눈이 이렇게 반짝이는 걸 보니 우리도 괜히 마음이 찡해져서 오히려 수선을 떨었다
"엄마, 엄마, 이제 우리 조금만 더 아끼면 주헌이 보러갈 수 있는 거지?", "으응, 우리 막내 좋겠어, 누나들이 이렇게 자기를 사랑하는걸 알면" 엄마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눈가를 훔치시며, 우리가 에너지절약을 하는 동안 엄마와 아빠도 작지만 소중한 실천을 하고 있었다고 고백해 우리를 놀래 키셨다.

매일 서울로 출퇴근하시는 아빠는 벌써부터 차를 지하 주차장에 세워 두시고 지하철을 이용하고 계셨고 바쁘신 엄마도 되도록 미리 나가 70∼80정도의 경제 속도로 운전하시고 가까운 길은 걸어가신다고 했다.

우리 주헌이를 더 보기 위해 시작한 '에너지 절약 비밀 프로젝트'는 나와 내 동생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가 실천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오늘 텔레비전을 켜 놓은 채 주말 낮잠을 주무시는 아빠를 향해 벌금제를 주장하는 에너지 파수꾼 내 동생 수인이를 보니 문뜩 우리 막내가 그립다.



성혜인(女) 동두천시 이담초등학교 6학년 라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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