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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잔소리는 고래도 춤추게 한다” 2019-10-24 14:25


◀이정성
(에코저널 대표기자)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 못지않게 아내에게 받는 구박 때문에 삶이 버겁고 힘들다.

아내는 우유를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집 냉장고에는 늘 우유가 채워져 있다. 장기간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한 멸균 팩우유도 베란다에 박스 채 쌓아놓고 먹는다.

아내와 달리 난 우유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아주 가끔씩 빵을 먹을 때 함께 우유를 곁들여 마시는 정도다.

그런 내가 언제부터인가 팩우유 먹기를 포기했다. 팩우유를 먹을 때마다 아내의 핀잔이 이어지면서 아예 손대지 않고 있다.

200ml 용량의 팩우유 포장에는 구부러진 흰색 빨대가 비닐에 붙어있다.

팩우유를 먹기 위해서는 우선 빨대 비닐포장을 잘 분리해 비닐 모으는 곳에 담아야 한다. 비닐이 아주 작은 여러 조각으로 찢어지면서 거실 바닥에 흘리게 되면 지켜보던 아내가 “칠칠맞다”고 호통을 친다.

우유를 다 먹은 뒤에도 야단을 맞는다. 빨대와 빈 종이팩을 구분해 플라스틱과 종이 모으는 곳에 따라 모아놓고 돌아서면 아내가 깔끔하게 한 방울의 우유도 남기지 않고 마셨는지 여부를 검사한다. 분명히 우유를 남김없이 먹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아내의 손에 쥐어진 찌그러진 팩에서는 늘 남겨진 우유가 흘러내린다.

자원 재활용의 중요성이 커지고, 폐기물로 인한 사회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비닐과 플라스틱 등 해양쓰레기를 먹고 숨지는 물고기, 거북이, 바닷새 등의 숫자는 가늠하지 못할 수준이다.

올해 3월, 필리핀 남부 해안에서는 아기 고래의 사체가 발견됐다. 길이 4.6m, 무게 500kg의 만부리 고래는 비닐봉지 40kg을 삼키고 ‘위장 쇼크’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플라스틱 해변이 만들어지고, 쓰레기 섬도 생겼다. 오는 2050년에는 바다에는 물고기와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이 같아질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우려가 커지면서 폐기물 발생 저감이 전 지구적인 이슈로 확대되고 있다. 자원 낭비를 줄이고 재활용을 늘리기 위한 각국의 노력도 활발하다. 여기에 비례해 사람들은 일상에서의 불편한 생활을 강요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 1회용 비닐봉투를 제공하지 않는다. 환경부가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의 종이상자도 없애고 장바구니 사용을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불편함을 얘기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나 자신도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의 빈 종이박스가 사라지면서 불편을 겪는 소비자 가운데 한명이다. 차에 여러 개의 장바구니와 에코백 등을 챙기는 일이 중요한 습관이 됐다.

정부는 2003년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게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의 일정량 이상을 의무적으로 재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재활용의무량을 이행하지 못하는 재활용부과금을 부담해야 한다. EPR 정책은 여러 의미를 두지만, 가장 큰 목적은 소중한 자원의 재활용을 늘려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데 있다.

내년부터는 EPR 대상 품목에 비닐류 5종이 추가된다. 세탁소 비닐, 포장용 에어캡(뽁뽁이), 우산용 비닐 등 비닐봉지, 1회용 비닐장갑, 식품 포장용 ‘랩’ 필름 등이다.

이에 따라 가정에서도 내년부터는 더욱 꼼꼼한 분리배출을 해야 한다. 음식을 조리하면서 사용했던 1회용비닐 장갑이나 반찬용기에 씌웠던 랩도 깨끗하게 비닐류로 모아 분리 배출해야 한다.

때론 병적인 느낌까지 들 정도로 철저하게 분리배출을 실천하는 아내다. 정부의 정책 방향을 고려해보면 앞으로 아내에게 야단맞는 일이 더 잦아질 것이 분명하다.

분리수거는 늘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다. 분명한 것은 꼼꼼하게 분리 배출돼 재활용되는 비닐이 고래의 목숨을 구하고, 바다를 깨끗하게 한다는 것이다.

◆위 글은 환경부 EPR제도 제품·포장재 제조·수입·판매업자 재활용 대행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포장과 환경’ 가을호에 실렸습니다.

이정성 기자 jungsung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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