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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천리 길을 걷노라면(17)

【에코저널=서울】새벽걸음으로 공주시 우성면 평목리로 나서는데, 멀리서 계룡산은 닭벼슬을 곧추세우고 무사장도를 빈다. 평목리는 공주보 우안(公州洑 右岸)에 있는 마을로 다섯 번째 마지막지점의 금강 고마나루 건너편에 있는 마을이다.

▲들깨 터는 모습.

논의 벼들도 노랗게 익어 추수가 한창이고, 밭에서 거둬들인 들깨를 방망이로 터는 아낙의 모습은 옛날 우리 어머니들의 참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충남 봉수산(鳳首山, 534m)에서 발원해 금강의 넓은 품으로 들어오는 유구천(維鳩川)도, 금강을 가로 건너는 천안∼논산 고속도로와 공주에서 부여로 가는 651호 지방도로가 함께 층(層)을 이루고, 아침햇살에 기지개를 활짝 편다.

갈꽃이 바람에 산들거리고 미로를 찾아가듯 갈대밭을 소리 내어 스치면서 흰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길을 지난다. 억새가 솜털 같은 깃으로 가을을 간질이면 하늘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방긋 웃는다. 강 따라 길 따라 찾아 들어간 곳은 공주시 우성면 옥성2리 작골마을이다.

▲갈대밭.

젊은 사람이 적어서 그런지 마을은 조용하기만 하고 움직이는 사람이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추수가 끝난 논의 벼는 포기자국만 남았는데, 밭의 콩과 구기자(枸杞子)는 주인의 손길만 애타게 기다린다. 감국(甘菊)이 활짝 핀 고샅길에는 ‘사육신 김문기선생현창비(死六臣 金文起先生顯彰碑)’ 표지석이 보여 길을 따라 언덕으로 올라가 본다. 아마 작골 마을은 김령김씨(金寧金氏) 집성촌 같다.

충의공 백촌 김문기(忠毅公白村金文起, 1399∼1456)는 조선시대 초기 문신으로 함길도관찰사와 공조판서를 역임한 분이다. 계유정란(癸酉靖亂)으로 왕에 오른 세조를 몰아내고, 단종복위를 꾀하다가 사전에 발각돼 처형된 충신이다. 처음에는 사육신(死六臣)에 포함이 안 됐었다. 최근에 후손들의 청원으로 사육신에 이름이 오르고, 가묘를 노량진 사육신묘역에 모셨다.

마을을 돌아 강변길로 나오니 625호 지방도로 공사구간 끝이 나오고 도로는 자동차가 한 대도 안 다니는 한적한 도로다. 도로변에는 추수한 벼를 깔아 놓아 햇볕에 건조시킨다. 마주보는 야트막한 언덕은 도로공사로 허리가 잘리고, 그 자리에는 생태교량(生態橋梁)을 놓아 겨우 연결해 놓았다.

가로수로 심어 놓은 매실은 열매가 익어도 보아주는 이 없이 스스로 탈골을 하고 씨앗만 유골처럼 외롭게 가지에 매달려 있다.

▲억새.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를 지루하게 걷다가 강변의 갈대와 물억새를 만나자 반갑기 그지없다. 당장 뛰어가 갈꽃과 억새꽃을 꺾어 모자와 배낭에 꽂으며, 치장도 해본다. 억새꽃이 살랑거리는 억새밭이 금방 작은 음악회의 즉석무대가 된다. 성악을 하는 도반의 열창이 끝나자 함께한 도반들의 요청에 의해 <숨어 우는 바람소리>를 호흡조절이 안된 상태로 불러본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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