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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꽃대 하나에 두 송이 꽃 ‘코스모스’ 2023-04-15 09:08
금강 천리 길을 걷노라면(14)

【에코저널=서울】다섯 번째 금강 걷기를 하기 전에 대청호 절벽 위에 있는 구룡산현암사 계단을 가파르게 올라간다.

▲현암사.

현암사(懸巖寺)는 백제 전지왕3년(406년) 달솔 해충(達率 解忠)이 발원해 고구려 청원선경(淸遠仙境) 대사께서 개산초창(開山初創)했다고 한다. 懸巖寺(현암사)는 말 그대로 바위에 매달려 있는 것 같은 사찰로 대청호의 아침을 내려 볼 수 있는 명소다.

아침 햇살에 가을이 익어가는 감나무를 뒤로하고 삼성각(三聖閣) 앞으로 하여 오가삼거리 쪽으로 산길로 내려온다. 아침 길 치고는 좀 어려운 길이었지만 우두둑 떨어지는 상수리 소리에 살아 있음을 깨닫고 숲에서 우러나오는 향기에 부족한 기(氣)를 채운다. 네 번째 마지막 지점이었던 신탄진 조정지 댐 건너에 있는 충북 청주시 현도면 노산리 들녘으로 접어든다.

▲샴쌍둥이 코스모스.

골드카펫으로 물든 벼이삭은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반갑게 어서 오라 한다. 길옆의 코스모스도 고요한 햇살에 하늘거린다. 꽃무리 중에 어느 한 송이는 꽃대 하나에 두 송이가 피어나와 별난 구경을 시켜 준다. 분명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고, 혹시 환경 이상(異常)으로 돌연변이처럼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해보며 노산리 솔밭으로 들어선다.

금강 변 노산리 솔밭에는 큰 소나무들이 꽉 들어차 있지만 아쉽게도 우리 토종 소나무가 아니고 리키다소나무다. 솔밭캠핑장을 지나 숲길로 들어서니 절벽의 허리를 깎아 만든 것 같은 아름다운 벼룻길이 나온다. 금강 변 무주벼룻길이 으뜸이라면 이곳 벼룻길은 그 다음은 될 것 같은데 아직 소문이 나질 않아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벼룻길 끝 무렵 숲 사이 금강 위로는 국도 제17호가 지나는 현도교와 경부선열차가 건너다니는 철교가 보이고 그 뒤로 신탄진의 고층건물들이 하늘을 찌른다. 그 옛날 ‘통행금지(通行禁止)’가 있던 시절 신탄진에서 술을 마시다가 통금 시간이 되면 현도교를 바삐 건너와 통금이 없는 충북 현도에서 다시 술판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현도교 북쪽 끝에는 오래된 장어요리집 등이 여러 곳이 있다.

신탄진에서 건너오는 제17호 국도는 여수∼용인을 연결하는 국도로 대전과 청주를 경유하는 교통량이 많은 도로다. 길을 건너기 위해서는 북쪽으로 상당거리를 올라와야 했고, 주어진 횡단시간도 비교적 짧게 느껴진다. 길 건너 지하차도를 빠져나오니 ‘태극기마을 현도면 양지2리’가 나온다. 마을 앞 도로에는 국기게양대가 줄을 서서 늘어서 있고, 태극기가 걸려 있지만, 언제쯤 걸어 놓았는지 걸려 있는 태극기마다 땟국이 흐르고, 헤진 국기는 바람에 펄럭일만한 힘조차 잃어버린 것 같다.

양지2리 쪽 금강 변 자전거 길로 나오니 경부 고속도로(금강1교)와 경부고속철도(KTX)가 분주하다. 그리고 주말이라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길을 메운다.

수초가 우거진 하천부지를 따라 강변 가까이 접근하는데, 공사로 깊게 파 논 구덩이를 어렵게 지나자 대전에서 흘러나오는 갑천이 금강과 합수(合水)하는 지점이 보인다.

갑천(甲川)은 충청남도와 전라북도 경계에 걸쳐 있는 대둔산(대芚山, 878m)에서 발원해 유입되는 하천으로 대전시내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하천생태계가 유지되고 있으나, 대전도심부터는 인위적인 도시계획으로 인해 대부분 파괴됐다고 한다.

갑천의 밀어내는 힘이 센지 합수부 앞에서는 금강도 우측 북으로 90°로 꺾이어 휘어진다. 하천부지에는 수초가 잘 발달된 것처럼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가시박’ 넝쿨이 뒤덮었다.

▲가시박 넝쿨.

가시박에 덮인 다른 나무나 풀들은 숨 한번 제대로 못 쉬고 말러 비틀어진다. 가시박은 북미 원산의 귀화식물로 농가에서 박과 식물의 접목에 사용하려고 도입했다. 강변을 따라 촉촉한 지역에 급속 확산되는 생태계를 교란하는 식물의 하나다.

그래도 가시박이 넘보지 못한 곳에는 고마니와 역귀꽃 같은 예쁜 꽃들이 피어 고개를 내밀고, 여물지 않은 이삭을 뽑아다 말려서 빗자루를 만들던 갈꽃은 우리 어머니를 생각나게 한다. 어머니가 생전에 만들어 주신 갈꽃 빗자루가 20여년 넘게 우리 집 구석구석을 지금도 쓸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잘 닦여진 자전거도로는 금강하구둑을 향해 늘어서 있고, 아직 길이 연결이 안 된 곳은 자전거도로를 개설하기 위한 공사장에는 하천 변이 파 해쳐져 있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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